공군 군생활 총평

2021년 3월 15일, 나는 진주에 위치한 공군 기본군사훈련단에 입대했다.
그날은 날씨가 크게 춥지 않아 다행이었지만, 내 마음은 긴장과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군대에 간다는 현실이 아직도 믿기지 않아 입영을 취소하고 도망칠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솔직히 그 순간만큼은 ‘차라리 감옥에 들어가는 게 낫겠다’는 극단적인 생각도 여러 번 들었다.

하지만 결국 ‘남들도 다 하는 군 생활인데 나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마음을 다잡고, 묵묵히 훈련소로 걸어갔다.
지금 돌이켜 보면, 그때 도망쳤다면 어땠을까 하는 후회도 들지만, 그 선택이 나를 지금의 나로 만들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입대 전 준비와 지원 과정

입대 전 나는 카투사 지원을 목표로 토익 공부에 몰두했다.
실제로 토익 점수가 꽤 높게 나왔고, 자신감도 어느 정도 생겼다.

하지만 결과는 아쉽게도 불합격이었다. 좌절감이 컸지만, 나는 곧 마음을 다잡고 공군 지원에 집중했다.
공군에서는 토익 점수를 2점 가산해주었는데, 덕분에 합격할 수 있었다.

만약 토익을 치지 않았더라면 아마 육군에 배치되었을 가능성이 높았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예비 국군 장병과 그 부모님들께는 꼭 토익 같은 자격증 준비를 추천하고 싶다.

그리고 공군은 상대적으로 훈련도 적고 생활 환경도 쾌적해 군대 생활을 조금 더 편하게 할 수 있는 선택지라는 점도 알려드리고 싶다.


체력과 훈련 경험

나는 솔직히 체력이 그리 좋지 않은 편이었다.
그래서 힘들어 보이는 훈련이나 강도 높은 운동은 최대한 피했고, 암기해야 할 내용들은 대충대충 외우는 식으로 적당히 넘기려 했다.

하지만 공군 특기 선택 때, 옆자리 동기의 추천으로 ‘중거리발사특기’를 알게 되었고, 기계공학과 출신이라는 점에서 가산점을 받아 그 특기를 받게 되었다.

특기학교에 입소했을 때는 ‘방포교’라는 이름만 듣고 꽤 기대했는데, 들어가자마자 한 시간 가까이 얼차려를 받는 등 생각보다 힘든 점도 많았다.

그래도 훈련 과정 중에는 BX(군 내 매점)가 커서 필요한 물품을 편하게 구매할 수 있었고, 군화 끈이나 간식 등을 쉽게 구할 수 있어 생활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교육 내용 자체는 대부분 외워서 이해하는 수준이라 크게 어렵지 않았다.
결국 높은 등수를 받아 원하는 지역에 자대 배치를 받을 수 있었고, 나름 만족스러운 결과였다.


공군 생활의 장점

공군에서의 생활은 여러 면에서 장점이 많았다.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태블릿’ 사용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태블릿으로 공부하거나 온라인 강의를 듣는 사람이 많았고, 물론 넷플릭스나 게임 등 여가용으로 사용하는 사람도 많았다.

태블릿 사용을 관리하는 엄격한 검사가 없어서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었던 점이 매우 좋았다.
나는 주로 강의 시청에 집중하며 자기계발 시간을 가졌다.

또 한 가지 큰 장점은 ‘불침번이 없다’는 점이다.
육군과 달리 공군은 크루 근무 외에는 불침번을 서지 않기 때문에 충분히 휴식을 취할 수 있었고, 보통 아침 8시에 일어나 푹 잘 수 있어 체력 관리에 도움이 되었다.

훈련도 상대적으로 적고, 지휘관들 역시 공부를 권장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어 업무 시간 외에는 태블릿으로 공부하거나 인강을 듣는 데 전혀 제한이 없었다.

이런 환경 덕분에 정신적 스트레스가 많이 줄어들었다.


군 복무 기간별 주요 기억

일병 시절 (6개월)

일병 때는 주로 전화받기와 전화 걸기, 그리고 엑셀이나 한글 문서 작성이 주된 업무였다.
힘든 작업이나 육체노동은 거의 없었지만, 근무 시간이 길고 반복적이라 체감상으로는 꽤 힘들었다.

그래도 주말마다 동기들과 배달 음식을 시켜 먹는 시간이 가장 즐거웠다.
대구 수성구에 위치한 부대 덕분에 음식 종류도 다양했고, 면회 오는 친구들과 함께 초밥, 치킨, 낙곱새 등 다양한 음식을 즐길 수 있었다.

병사 날에 치킨과 맥주를 받은 것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상병 시절 (6개월)

상병 때는 간부님들이 배달 음식을 사주기도 하고, 근무지에 대형 스크린으로 영화 채널을 틀어줘서 편안한 분위기에서 근무했다.

총 쏘기 훈련도 몇 차례 있었는데, 실제로 해보니 꽤 재미있었다.
상병 시절은 시간이 정말 빠르게 지나갔고, 바쁜 일과 덕분에 군 생활이 지루하지 않았다.

특히 12월 31일에 빈 생활관에서 진행했던 음주 파티가 인상 깊었다.

병장 시절 (7개월)

병장 때는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는 것 같아 고통스러웠다.
기본적으로 일병과 상병 때와 하는 일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근무 시간이 많아 힘들었다.

‘휴머니스트’라는 공군 인트라넷 커뮤니티를 자주 이용했는데, 여행 후기부터 무서운 이야기, 잡담 게시판 등 다양한 글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

휴가를 많이 써서 수능을 치르고 복귀한 뒤에는 남은 기간을 주로 쉬면서 지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근무지 뒤에서 동기들과 삼겹살 파티를 한 것이다.


면회와 생활관

우리 부대가 대구 수성구에 위치해 친구들과 가족이 면회 오기 편했다.
친구 ‘박세라’는 세 번이나 면회 와서 함께 밥을 먹었고, 부모님도 6번 이상 방문해 주셨다.

가까운 거리 덕분에 부모님이 편해하셨고, 나 역시 가족과 자주 만날 수 있어 심리적으로 안정됐다.

BX에서는 나라사랑카드를 사용하면 10만 원 이상 결제 시 20% 할인을 받을 수 있었는데, 이를 이용해 엄마 화장품 심부름도 자주 했다.

부대 내 대부분이 대구 출신이라 지역적 공감대도 많았고, 선임과 후임 중 영남대 기계과 출신이 많아 소속감을 느꼈다.


총평 및 추천

21개월이라는 시간은 결코 짧지 않은 군 복무 기간이다.
하지만 그 기간 동안 뚜렷하게 기억에 남는 사건은 많지 않다.

주로 수능 공부를 병행하거나 스마트폰으로 게임하며 시간을 보냈다.
전체적으로 무난하고 큰 어려움 없이 군 생활을 마칠 수 있었다.

만약 다시 군대를 간다면, 나는 단연코 공군을 선택할 것이다.
공군은 비교적 편안한 환경과 좋은 지원을 제공하기 때문에 힘든 군 생활 속에서도 상대적으로 덜 고통스러웠다.

예비 국군 장병과 그 부모님께 다시 한번 자신 있게 권한다.
아들을 공군에 보내십시요!!!! 단, 저는 다시 갈 일은 없습니다~


마무리

군대 생활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경험이다.
하지만 미리 준비하고 마음가짐을 잘 다잡으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나의 솔직한 경험과 조언이 조금이라도 군대에 들어갈 이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입대 전 불안하고 두렵겠지만, 결국 지나가고 나면 소중한 추억과 경험으로 남을 것이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