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3월 15일, 진주 공군 기본군사훈련단 입대 날.
날씨는 포근했지만 내 마음은 차가웠다.
솔직히 그날 아침까지도 “그냥 입영 취소하고 감옥 갈까?”라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다.
하지만 ‘남들도 다 하는데 나라고 못하겠어?’라는 마음으로 결국 문을 들어섰다.
지금 돌아보면 그때 감옥 갔어야 했다 싶지만, 결과적으로 공군은 신의 한 수였다.
입대 전: 카투사에서 공군으로
입대 전엔 카투사를 목표로 토익 시험을 봤다.
운 좋게 점수가 높게 나와 지원했지만, 결과는 탈락.
그래서 차선으로 공군을 지원했고, 토익 가산점 2점을 받아 합격했다.
“토익 안 쳤으면 육군 갔겠구나” 싶었다.
공군 지원 예정자라면 토익 점수는 필수템이다.
그 점수 하나가 당신의 군 생활 난이도를 바꾼다.
진주 공군 기훈단 훈련소 생활
진주 공군 기본군사훈련단에 입소한 첫날,
정문도 들어가기 전에 얼차려 한 시간을 했다.
“공군은 편하다더니…”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하지만 2주 차부터는 BX도 가고, TV도 보고, 몰래 전화도 했다.
특히 방포교는 BX가 커서 냉동식품, 과자, 고무링, 군화끈 등 웬만한 물건은 다 판다.
훈련은 주로 암기 중심이라 체력이 약해도 버틸 수 있었다.
결국 높은 등수를 받고 원하는 지역에 자대배치까지 받았다.
공군이 좋은 이유 (진짜 현실 버전)
1️⃣ 태블릿 사용 가능
공부용으로 지급되지만, 사실상 자유롭게 쓴다.
공부, 넷플릭스, 유튜브, 게임 다 가능하다.
검사 안 한다. 나는 인강을 보긴 했지만 대부분은 드라마 봤다.
2️⃣ 불침번 없음
육군처럼 새벽에 돌아다니는 불침번이 없다.
보통 8시에 기상해서 푹 잘 수 있다.
3️⃣ 훈련 거의 없음
있긴 하지만 정말 ‘있기만’ 하다.
체력적으로 힘든 일은 거의 없다.
4️⃣ 공부 권장 분위기
지휘관부터 “공부해라” 분위기다.
새벽 두 시까지 인강을 들어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는다.
공부하기 좋은 군대는 분명히 존재한다.
그게 바로 공군이다.
계급별 군생활 리얼 후기
☕ 일병 (6개월)
하는 일은 단순하다.
전화받기, 전화하기, 엑셀·한글 작성. 끝.
커피 심부름, 삽질 같은 건 없다.
주말마다 배달음식 시켜 먹기 가능.
수성구라 음식도 다양하고, 초밥·치킨·낙곱새까지 시켜 먹었다.
입대한 지 얼마 안 돼서 병사의 날엔 치킨과 맥주 두 캔도 나왔다.
🎬 상병 (6개월)
이 시기는 완전 평화다.
근무지에서 OCN 영화 보면서 시간 때우기가 일상.
가끔 훈련이 있긴 하지만 그냥 앉아서 키보드만 두드린다.
12월 31일엔 빈 생활관에서 음주 파티도 했다.
공군의 ‘상병’은 진짜 순삭된다.
⏳ 병장 (7개월)
병장은 “시간이 멈춘다”는 말이 맞다.
하는 일은 그대로인데, 휴가가 많아서 그나마 버틸 만했다.
공군 인트라넷 카페 휴머니스트에서 글 보고, 게시판 구경하고,
무서운 글이나 여행 후기 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주말엔 근무지 뒤에서 삼겹살 구워 먹기가 최고였다.
면회와 BX 생활
부대가 대구 수성구라 친구들이 오기 편했다.
어떤 친구는 3번이나 왔고, 부모님은 6번 넘게 오셨다.
BX에서는 나라사랑카드로 10만 원 이상 결제 시 20% 할인을 받을 수 있다.
물건도 저렴해서 화장품 심부름을 자주 했다.
사람과의 인연
대부분 대구 사람이라 통하는 부분이 많았다.
선임 중엔 영남대 기계공학과, 후임도 영남대 기계공학과.
맞후임은 경원고등학교 선배, 맞선임은 친구의 친구.
심지어 블로그 서로이웃도 했다.
그만큼 편하고 유쾌한 분위기였다.
총평: 다시 가라면 또 공군 간다
21개월은 짧지 않다.
하지만 돌아보면 힘들었던 기억보다 평온한 순간이 더 많다.
공부하고, 쉬고, 사람들과 어울리며 무난하게 보낸 시간이었다.
다시 간다면 무조건 공군이다.
아드님이 군 입대를 앞두고 있다면, 자신 있게 말한다.
👉 “공군 보내세요. 후회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