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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사령부
경상남도 진주시 금산면 송백로 38
입대 전 생각과 합격 과정
나는 3월 15일자로 진주 공군 기본군사훈련단에 입단했다.
어렸을 때, 초등학생 시절엔 ‘내가 군대 갈 땐 통일이 되겠지’라는 막연한 생각을 했다. 중고등학생 때는 군대에 대한 걱정이 크지 않았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군 복무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드디어 나도 국방의 의무를 다하게 되었다.
카투사에 도전하려고 준비한 토익 점수는 카투사 불합격 후 거의 쓸모없어질 뻔했지만, 공군 지원 시 2점 가산점이 되어 도움이 됐다. 824기 모집 컷트라인은 91점이었고, 나는 93점으로 합격했다.
면접과 입대일
면접 때 가장 인상 깊게 읽은 책을 물었을 때 ‘마르크스의 자본론’이라고 답했다. 면접관이 당황하며 이유를 묻자 자유자본주의의 허점을 이해했고, 마르크스가 추구하는 공산주의를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다행히 면접은 만점을 받았다.
입대일은 3월 15일이었고, 내 생일은 3월 13일이었다. 개인적으로 최악의 생일이었다. 마치 군대에 가기 위해 태어난 것 같다는 생각에 우울했다. 3월 14일 밤에는 억울함에 눈물도 흘렸다. 스무 살을 허투로 보낸 것 같고, 군대만 피할 수 있다면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입대 첫날과 격리 생활
입대 첫날 부모님이 진주까지 태워주셨고, 롯데몰에서 체육복을 샀다. 입대 첫날에는 정면만 보고 주변 사람들과 말하지 않았다. 외향적이라 생각했지만, 옆 사람이 말을 걸 때까지 조용히 있었다. 이후 2주 동안 격리 생활을 했다.
입대 이틀째부터 옆 사람들과 조금씩 말이 통하기 시작했고, 같은 호실 사람들의 나이와 거주지 정도는 알게 됐다.
소대원 소개와 분위기
나는 2대대 1중대 2소대 2호실 21번이었다. 오른쪽은 고려대 통계학과 남현, 왼쪽은 삼수 끝에 공주교대를 졸업한 승재 형이었다. 두 사람 모두 좋은 분이었다.
나는 실없는 농담을 자주 했는데, 그 덕분에 호실 분위기가 밝아졌다. 종이에 “나는 웃음을 참을 수 없는 병이 있습니다.”라고 써놓고 숨긴 뒤 갑자기 보여주며 크게 웃어 모두 웃게 했다.
뜀걸음과 전투 뜀걸음
격리 끝나고 아침 뜀걸음을 시작했다. 1주차 1km, 2~3주차 2km를 뛰었다. 힘들었지만 버텼다. 둘째 날부터 승재 형이 격려해줬고, 성윤이 형도 등을 쳐서 정신 차리고 뛰었다. 2km 뜀걸음은 너무 힘들어 포기하고 싶었지만 소대 근무자가 격려해 끝까지 완주했다.
전투 뜀걸음은 완전 군장을 하고 뛰는 훈련이라 더 힘들었다. 2차 뜀걸음은 낙오했고, 3차 뜀걸음은 힘들어 소대 근무자가 대신 총 두 개를 들고 뛰어줬다.
화생방 훈련과 팁
화생방 훈련은 정말 힘들었다. 60명이 함께 가스실에 들어가 가스에 노출됐다. 나는 숨도 잘 참았고, 방독면도 빠르게 착용했다. 다른 훈련생들은 힘들어했지만 나는 견딜 만했다. 가스실 밖에 나오자마자 휴지로 눈물과 콧물을 닦았고, 팔 벌려 높이 뛰기를 했다. 얼차려도 받았지만, 훈련 자체는 그리 힘들지 않았다.
화생방 팁은 가스실 들어갈 때 숨 참지 말고 가스탄을 1초 정도 마신 후 얕게 숨 쉬는 것이다. 눈은 꼭 감아야 따가움이 줄어든다.
유격 훈련과 8번 체조
유격 훈련은 정말 힘들었다. 특히 ‘8번 체조’ 때는 죽을 것 같았다. 소리를 크게 지르지 않는다고 얼차려를 20번이나 받았다. 유격 장애물도 하고 유격 체조를 계속 시켜 힘들었지만, 8번 체조 때 죽은 듯 머리를 바닥에 붙이고 팔로 다리를 잡으면 얼차려를 피할 수 있었다.
행군과 사격 훈련
행군은 원래 화요일 예정이었지만 비가 와 월요일에 했다. 행군 시작하자마자 비가 와서 다행히 총 없이 가볍게 했다. 전투 뜀걸음 대신 행군을 세 번 했는데 군장 없이 해도 별 문제 없었다. 나는 준비 잘해서 감미품도 챙겨 먹으며 했다.
사격 훈련에서는 영점 사격 잘 맞췄고 기록 사격도 잘했지만 마지막 한 발에서 긴장해 9발 맞췄다. 사격 팁은 총을 쇠사슬에 걸 때 최대한 앞으로 당기고 견착 시 눈을 가늠쇠에 가깝게 붙이는 것이다. 반동은 생각보다 크지 않으니 긴장하지 말고 평소처럼 쏘면 된다.
기타 훈련과 종교 생활
집총 제식, 도수 제식, 응급처치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무난하다. 나는 이런 부분 소홀해 1600명 중 1300등 했지만 등수가 전부는 아니다.
종교 활동은 불교를 추천한다. 군종병이 사회 소식을 재미있게 알려주고 유튜브도 많이 보여준다. 스님의 목소리가 힐링이 된다. 간식으로 써니텐과 몽쉘 두 개를 받았다. 군종병이 코인 시세와 주식 시세도 알려준다.
인편과 급양 도우미 경험
인편은 기다리면 꼭 받는다. 나는 부모님께 효전화도 했다. 우리 호실에 2주간 인편 못 받던 친구도 결국 받았다.
급양 도우미를 하면 행군과 설거지 대신 넣기, 빼기, 수저 놓기, 배식을 한다. 외곽 근무도 괜찮다.
마무리 및 동기들과 추억
1중대 2소대 2호실 동기들과 서로 놀리고 의지하며 경주빵 도박도 했던 5주는 잊히지 않는다. 나중에 할아버지가 돼도 기본군사훈련단 이야기를 할 것이다. ‘한 번 보자’는 말보다 ‘내가 그냥 찾아갈게’가 더 진심이다. 모두 건강하게 잘지내길 바란다.
824기 모두 화이팅!